슬로우빌리지 생태연구소장 최한수 박사의 기고문입니다.
오마이뉴스 2024년 7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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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조류 관찰을 취미로 가지고 있는 '탐조가'인 필자에게 재미있는 소식이 SNS를 통해 전해졌다. 충남 보령시에 있는 회전교차로를 비추는 CCTV에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새호리기'가 자주 등장한다는 정보이다.
반갑고 신기한 소식을 전해 듣고 매일 10번 이상 CCTV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시간대를 달리하여 수시로 CCTV 사이트에 접속해 보았지만, 새호리기는 그 모습을 쉽게 보여주지 않았다.
뺨에 흰색 '볼 하트'가 선명하다. 깊은 눈동자와 날카로운 눈매를 가지고 있지만 노란 태 안경을 쓰고 있는 듯 귀여움까지 겸비했다. 이미 알고 있는 모습이라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였다.
지난 27일 오전 10시, 드디어 나타났다. 귀여운 얼굴을 볼 수 없는, 뒷모습이었지만 너무너무 반가웠다. 바람이 세게 부는지 난간에 앉아 균형을 잡기 위해 꽁지깃을 씰룩 씰룩 흔드는 모습이 신비로웠다.
20여 분을 아무 생각 없이 '새 멍'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날아오르면 CCTV 화면에서 사라졌다. 아! 이대로 끝인가? 첫사랑의 이별만큼 큰 아쉬움이 밀려 왔다.
아니다. 나는 역시 '조복' 있는 사람이다. 먹잇감을 물고 돌아왔다. 난간에 앉아 버둥거리는 매미를 앞다리부터 죽죽 뜯어 먹는 야생의 모습을 나에게 첫 만남 선물로 남겨 주었다.
한동안 매미를 먹나 싶더니 몇 번 입질하지 않은 매미를 물고,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맛있는 매미를 먹다가 둥지에서 먹이를 기다리는 어린 새끼들이 생각난 것일까? 퇴장도 화려했다. 맞바람을 이용한 '바람과 페어링'기술을 이용해, 마치 방패연처럼 우아하게 하늘로 떠올랐다.
'새호리기'는 어떤 새인가?
새호리기는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되어 국가의 보호를 받는 희귀한 새이다. 비행 솜씨가 뛰어나 작은 새를 홀려 잡아먹어 '새홀리기' 또는 '새호리기'로 불린다.
5월~6월, 2~3개의 알을 낳아 번식한다. 28일 정도 알을 품고, 한 달 정도 먹이를 받아먹다가 둥지를 떠난다.
CCTV 난간에 비교적 규칙적으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이 지역이 자신의 세력권이기 때문이다. 보통 새들은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순찰을 하는 습성이 있다. 혹여 꼭 보고 싶은 새가 있다면 새가 자주 나타나는 곳에서 기다리면 된다. 그러면 언젠가는 만날 수 있다.
20여 년간 조류 사진을 찍어온 김용웅 작가(조류생태사진가)는 새호리기에 대해 이렇게 평가한다.
"영역을 지키기 위해 한여름 뜨거운 햇빛을 받으며 고생하고 있어요. 몇 시간씩 한 장소에서 꼼작하지 않고 앉아 있는 것을 보면 생명의 강인함이 느껴집니다."
이런 인간의 관심을 받아도 될까?
몇 년 전부터 야생조류를 관찰하는 탐조동호인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요즘 '탐조' 취미를 가진 초등학생, 중학생도 많다. 신비한 생명의 아름다움을 몸소 느끼며 자연 속에서 이루어지는 취미 생활은 누가 봐도 고급스럽다.
CCTV에서 관찰된 야생조류 한 마리가 유명해진 이유도 탐조인 증가로 생긴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자연에서 살던 것이, 뭔가 유명해지고 알려지면 위험해지고 사라져 버렸던 사례는 넘쳐난다. 이번 사건 또한 어두운 결과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닐지 다소 우려된다. 하지만 정길상 박사(국립생태원 멸종위기센터 연구복원실장)는 긍정적인 답변을 주었다.
"탐조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새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의 눈이 되어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 보호 감시 활동을 함께해주신다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새호리기' CCTV 바로 보기 링크 https://rtt.map.naver.com/end-traffic/ends/web/home#cctv=75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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