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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sungzu

[칼럼2] 농사짓기보다 농촌살이가 먼저

최종 수정일: 2020년 12월 31일

[중앙일보] 2017.08.16


[출처: 중앙일보] [더,오래]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2) 농사짓기보다 농촌살이가 먼저

경기도 포천 끄트머리 창수면에 자리한 블루베리 농장 ‘푸른언덕 블루라이프’의 최종오 씨는 느긋하게 농사지으며 산다. 4950㎡의 땅에 블루베리 나무 1300주를 심고, 맺힌 열매는 모두 농장을 방문한 체험객에게만 판다. 농약을 치지 않는다. 그래서 블루베리 나무 주변으로 새들이 날아든다. 날아드는 새들을 보고 마을 주민들은 열매를 죄다 따먹는다며 기겁을 하지만 그는 느긋하다. 수확의 3분의 1은 벌레와 새들의 먹이라고 생각하고 내준단다. 새 중에는 참새를 제일 좋아한다.



농약을 치지 않고 하우스 시설도 없으니 딱히 사람을 쓸 일이 없어서 올해는 지급된 일용직 인건비가 불과 10만원이다. 그래서 전원생활이 그럭저럭 괜찮단다. 1년에 3개월만 농사를 짓고 나머지는 지역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찾아서 한다.



귀농·귀촌의 3가지 원칙



푸른언덕 블루라이프 농장주 캐릭터 [사진 김성주]


첫째. 농약을 치지 않는다.

농약 살포는 유기농에 대한 신념이 아니라 비용 절약에 관한 문제다.

둘째. 수확은 찾아온 손님이 한다.

이른바 농촌체험이다. 농장을 방문한 체험객이 직접 농산물을 수확하고 가져가는 방식이다. 체험마케팅 차원으로 할 수 있지만 수확하고 선별하고 포장하고 택배를 보내는 과정을 생략해 가용시간을 늘리려는 이유였다.

셋째. 농사보다는 역할을 찾자.

농사만 지으면 나는 지역 주민의 동반자가 아닌 경쟁자가 되기 때문이었다. 지역 공동체 안에서 나의 역할을 찾았다. IT 업종에서 일했으므로 지역 농산물의 온라인 판매와 블로그 홍보 일을 자청해 일했다. 그리고 지역 사회의 현안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3가지 원칙을 갖고 귀농·귀촌의 삶을 시작하니 희한한 결과가 나타났다. 농약을 안 쳐서 잡초와 벌레를 걱정했더니 벌레와 새가 떨어진 열매를 적당히 먹어 가고, 오히려 강력한 해충인 선녀벌레를 그가 좋아하는 참새가 다 잡아 먹어 별탈없이 블루베리가 자란다. 농기계를 쓸 일도 별로 없단다. 자연농법이다.


손님들이 직접 따가는 수확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보니 신뢰감이 높아져서 충성고객이 늘어갔다. 1년에 딱 3개월만 블루베리 농사에 신경 쓰고 나머지 기간은 마을 공동체 고민인 농산물 유통에 나서니 신뢰가 쌓여 친구들이 많이 생겼다. 아들이 다니는 시골 중학교의 진로적성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지역의 화력발전소 문제 해결에 나서니 귀농·귀촌한 외지인이라는 딱지는 금방 없어졌다. 지금은 블루베리 농부 보다는 유통 잘 하고 환경을 걱정하는 포천 시민으로 자리 잡았다.



아이들과 학생들이 농장을 방문해 블루베리를 따는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김성주]


귀농귀촌의 성공에 대해서 최종오 씨는 이렇게 말한다. “농사에 매몰되면 아무 것도 못합니다. 농촌살이가 중요합니다. 귀농·귀촌하실 분들은 1년 4계절을 연습 삼아 살아 보고 자신이 잘 하는 분야를 찾아내어야 합니다. 괜히 땅 사고 집 짓는 것에 투자해 동력을 상실하지 말고 지역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탐색해야 합니다.”


'빨리' 보다 '오래'가 중요


농사 외에 자신이 잘 하는 분야를 찾아 내어야 지역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고 지역 인적자원의 균형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그는 블루베리로 시작했지만 농사보다는 지역에서 어떻게 살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더 했다고 한다. 탐색이 중요하다. 그런데 제발 돈 되는 것만 탐색하지 마시라. 나 자신을 탐색하고 나의 역할을 탐색하시라. 빨리 가는 것보다는 오래 가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 사회에서 나의 역할이 있을 때 함께 갈 방향과 길이 생긴다.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sungz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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