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중앙일보] [더오래] 나물 따고 민박 운영…섬에서 제2인생 어때요
[더,오래]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69)
섬. 말만 들어도 매력적인 장소이다. 이번 회차에서는 섬으로 가는 귀어귀촌 사례를 소개하려 한다. 내가 방문한 섬은 ‘풍도’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속하는 섬으로 시화방조제 끄트머리의 방아머리 여객 터미널에서 2시간가량 간다. 이름이 풍도인 것은 풍요롭다는 의미와 바람이 좋아 지어졌다고 하는데,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모두 다 아는 유명한 섬이다. 풍도에서만 서식하는 세계 유일의 풍도 대극이라는 야생초 등 어느 섬보다 야생화의 종이 풍부한 섬이다.
바람이 좋아 지어졌다는 풍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속하는 섬으로 시화방조제 끄트머리의 방아머리 여객 터미널에서 2시간 가량 간다.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모두 다 아는 유명한 섬이다. [사진 김성주]
섬에서 만난 민박집 여주인 장씨는 풍도로 귀어귀촌한 지 21년 차다. 민박을 운영하면서 나물을 따다 판다. 민박과 나물 장사만 해서 섬에서 살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이미 자녀 셋을 결혼시키고 손주를 다섯이나 둘 수 있었던 비결이 민박과 나물이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나물이 많은 소득을 거두게 해준 것은 풍도가 야생화 천국이어서 가능하다. 어쩐 일인지 풍도에서 자라나는 야생화는 모두 씨알이 굵고 길쭉하다. 나물도 그렇다. 게다가 모두 자연산이라 천연의 맛이 배어 있으니 인기가 좋을 수밖에 없다. 섬 여행객이 바로바로 몇 봉지씩 사간다고 한다. 특이한 건 나물을 주문하는 남자가 꽤 있다는 것. 선물용으로 제격이라고 함께 섬을 찾은 생태학 박사가 귀띔한다. 담아주는 비닐봉지는 볼품이 없어도 내용물이 훌륭하기 때문이다. 고사리와 사생이 나물, 두릅과 세모가사리를 사달라고 부탁한 수원에 사는 그의 지인이 다음날 배가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나물을 받으러 나왔다. 지금이야 사정이 좋아졌지만 20년 전의 섬 생활은 어땠냐고 장씨에게 물으니 사연이 절절하다. IMF 때문에 직장을 잃어 섬까지 왔단다. 당시는 수도와 전기 사정도 좋지 않았단다. 농업과 어업을 해본 적이 없는 맞벌이 직장인이었던 터라 자리 잡기가 쉽지 않았다고. 그나마 건축 일을 한 남편이 마을 주민의 집에 수리가 필요하거나 조그만 공사가 생기면 찾아가 무료로 일을 봐주었다. 이 덕에 주민의 환심을 사서 그나마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고 한다. 사람과 친해지니 그다음부터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고 한다. 섬 생활이란 것이 수도와 전기 사정은 모두의 걱정거리로 힘을 합쳐 민원을 넣어 해결하고, 나물과 해산물도 서로서로 도와 가며 판매해 시너지를 낸단다. 민박 손님은 공유하면서 받기 때문에 쏠림 현상이 없고, 누구 혼자 잘 되면 눈치가 보이니 이웃에게 나눌 것을 먼저 생각하게 된단다.
풍도에는 이런 저런 사정으로 도시에서 온 사람이 많아졌다. 풍도에서 자라 도시로 갔다가 은퇴하면서 돌아 왔고, 청정한 풍도의 소식을 듣고 찾아오기도 한다. 아직 섬은 젊은 계층보다는 은퇴 계층이 많이 찾는다.
풍도에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도시에서 온 사람이 많아졌다. 풍도에서 자라 도시로 갔다가 은퇴하면서 돌아왔고, 청정한 풍도의 소식을 듣고 찾아오기도 한다. 귀어보다는 귀촌이 많다. 아직 섬은 젊은 계층보다는 은퇴 계층이 많이 찾는다. 풍도에도 마을 회관과 마을 식당이 있어 여행객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고, 섬 둘레길이 조성되어 탐방을 쉽게 할 수 있다. 주민들은 여러 교육 사업을 통해 야생화에 대한 지식을 터득하고 생태해설사 수준이 되었고, 풍도 나물 음식도 개발했다. 섬 이름답게 주민과 관광객 모두 풍요롭게 지내는 것 같다. 농촌으로 돌아가는 귀농·귀촌이 있으면 어촌으로 돌아가는 귀어귀촌이 있다. 섬으로 간 도시인은 어선을 타고 물고기를 잡는 어업과 양식장에서 물고기, 전복, 미역, 김 등을 기르는 양식업을 많이 갖는다. 그리고 소금 사업, 수산물 가공업을 한다. 그리고 직접 어업을 하지 않더라도 어촌 비즈니스로 어촌관광과 해양수산레저 사업을 한다. 섬사람이 모두 어업에 종사하는 것은 아니다. 민박집 장씨에게 지금 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직종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보일러 수리라고 한다. 섬에는 집수리, 수도관 수리, 보일러 수리를 하는 기술자가 매우 절실하단다. 젊은 층이 대부분 육지로 나간 탓이다. 섬은 고령사회로 접어든 지 오래다. 젊은 사람이 있고 싶어도 아이 교육문제로 섬을 떠난다고 한다.
풍도에는 섬 둘레길이 조성이 되어 탐방을 쉽게 할 수 있다. 주민들은 여러 교육 사업을 통해 야생화에 대한 지식을 터득하고 생태해설사 수준이 되었고, 풍도 나물 음식도 개발했다. 섬으로 귀어귀촌을 한다면 수산업이 아닌 다른 직종 경험자가 가면 환영받을 수 있다. 섬에는 크고 작은 공사가 많다. 인프라를 계속 조성해야 하기 때문에 도로와 건물 공사가 수시로 벌어진다. 육지에서 인부를 데려오기 쉽지 않아 마을 주민이 참여하게 된다. 약간 과장이 섞였겠지만 여기서 나오는 일당으로도 충분히 생활이 가능하다고 한다. 야생화 천국이라고 널리 소문난 풍도도 정작 생태 전문가가 없어서 생태 해설과 생태 프로그램 운영이 어려워 생태 전문가가 귀어귀촌하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다. 섬은 원래 자급자족하며 사는 공동체였다. 오랫동안 그들끼리 독립적으로 살다 보니 배타적인 면도 없지 않다. 가끔 섬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 중에는 텃세로 인한 분쟁이 다소 있다. 그렇지만 섬은 육지 사람이 오지 않으면 얼마 후 소멸될 위기에 놓여 있다. 이제는 육지 사람을 반기고 있으니 섬으로 눈을 돌려 보는 것을 추천해 본다. 슬로우빌리지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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