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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sungzu

[김성주 더봄] 양봉산업의 위기···꿀벌이 사라진 이유는?

[김성주의 귀농귀촌 이야기] 양봉은 귀농인이 선호하는 분야 양봉농가 빠르게 늘었다가 줄어 응애·벌통 증가·기후 위기 한몫


이제는 ‘기후 위기’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에 이어 기후 위기는 우리에게 무언가 어마어마한 시련을 줄 것 같다. 당장 근래 4월의 날씨만 해도 섭씨 0도와 20도를 오가는 일교차를 보이는 날이 다반사이다.

급작스럽게 기온이 20도를 넘기는 날이 생겨 반소매를 꺼내 입었더니 이내 강원도에는 눈이 내리고 제주에는 폭우가 쏟아진다. 농촌에서는 이제 농사가 시작되는 시기라 한창 바쁘고 활기찬 시기이지만 벌써 기후 위기가 피부에 와닿고 있다.

특히 양봉산업이 기후 위기로 위기를 맞고 있다. 그 많던 벌들은 다 사라져 많은 양봉 농가가 아예 사업을 접을까 고민 중이다. 양봉 사업은 꿀벌을 이용해 벌꿀을 짜는 사업인데 지금은 벌 자체가 사라지니 꿀벌을 육성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양봉산업이 기후 위기로 위기를 맞고 있다. 그 많던 벌들은 다 사라져 많은 양봉 농가가 아예 사업을 접을까 고민 중이다. 꿀벌의 사체 /픽사베이


꿀벌의 개체수 감소는 꿀벌 수정을 해야 하는 식물에 영향을 준다. 나무가 열매를 맺지 못하여 씨를 퍼뜨리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종의 멸절 상태마저 오게 된다. 당장은 아니지만 서서히 생태계가 변하고 있다.

양봉 산업이 어렵다는 이야기는 2000년대 중반부터 들어왔다. 알 수 없는 벌들의 개체수 감소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지구 종말의 신호라는 연구도 많이 나왔다. 그럼에도 주변에서 꿀을 쉽게 살 수 있으니 위기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귀농하며 선택하는 업종으로 양봉은 늘 인기가 있었다. 벌통 10개 이상이면 농업인으로 등록을 해 주기 때문에 대충 벌통만 가져다 놓고 꿀벌을 사서 입식을 해 놓는 사람도 꽤 있었다.

양봉농가는 최근 몇 년간 빠르게 늘어났다가 줄고 있다. 양봉농가 수는 2013년 1만 9900가구에서 2019년 2만 9000가구로 6년간 46%가 증가되었다. 그리고는 2020년 2만 7532가구, 2021년 2만 7583가구, 2022년 기준으로 2만 가구로 나타났다.

벌통 수 기준으로는 2011년 176만 개에서 2019년 274만 개로 8년간 56%가 증가했다. 그때 정점을 찍더니 벌통은 2020년 267만 9000개, 2021년 269만 개로 줄더니 2022년 2만 개로 집계되었다.

양봉업은 귀농인들에게는 쉽고 빠른 수익원으로 인식이 되었다. 벌통 1개와 그 통에 들어가는 꿀벌 구입비는 대략 50만원 선이다. 꿀이 잘될 때는 벌통 1개에서 100만 원가량의 소득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5000만원으로 벌통 100개를 투자하여 연간 1억원의 소득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게다가 꿀은 꾸준히 잘 팔린다.


양봉업은 귀농인들에게는 쉽고 빠른 수익원으로 인식되었다. 벌통 1개와 그 통에 들어가는 꿀벌 구입비는 대략 50만원 선이다. 꿀이 잘될 때는 벌통 1개에서 100만 원가량의 소득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벌통 밀도를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꽤 높다. 국토 면적 대비 벌통 밀도가 한국은 ㎢당 21.8개이다. 중국은 0.98개, 인도는 3.91개, 뉴질랜드는 3.01개라고 한다. 국토 면적이 너무나 큰 나라와 비교한 숫자라서 솔직히 제대로 된 비교가 맞는가 싶지만 아무튼 많아 보인다.


그러던 것이 2022년 기준으로 양봉 가구 수는 2만이고, 꿀벌 사육 벌통 수는 100만 개이다. 급격하게 줄었다. 벌통 수가 1년 사이에 269만 개에서 100만 개로 줄었으니 양봉하는 사람들은 정말로 난감하다. 꿀벌들은 어디로 갔을까? 아니 왜 죽었을까? 왜 번식을 못 하고 사라졌을까 궁금하다.

정부가 분석한 꿀벌 개체수의 감소 원인으로 두 가지를 든다. 하나는 응애라는 진드기이다. 응애는 벌통에 기생하며 애벌레의 체액을 빨아먹고 병원성 바이러스를 옮긴다. 응애가 기후변화로 급격히 늘어나서 피해가 갑자기 커졌다고 한다. 또 응애 방제를 위하여 쓰는 약제가 응애에게 내성이 생겨 효과가 미미해졌다고 한다.

두 번째 원인은 양봉농가와 벌통 숫자의 급격한 증가이다. 결국 꿀벌의 개체수가 급격히 늘면서 꿀벌 간 경쟁이 심화하여 폐사되었다는 것이다. 반면 꿀 생산량은 증가하였다는 통계가 있어 흥미롭다. 개체 간의 경쟁은 집단 폐사를 불러일으키고 개체 수 감소가 벌꿀 생산량 증가로 이어졌다고 하니 말이다.

꿀벌 폐사에 전문가가 제시하는 또 하나의 원인이 있다. 벌집 군집붕괴현상(CCD)이다. 꿀과 꽃가루를 채집하러 나간 일벌 무리가 돌아오지 않아서 벌집에 남은 여왕벌과 애벌레가 떼로 죽는 현상을 말한다. 2006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보고되었고 유럽과 남미를 거쳐 아시아, 아프리카까지 확산하였다. 아직도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는 벌집 군집붕괴현상은 우리나라까지 퍼지지 않았다고 발표하고 있다.


꿀벌 폐사에 전문가가 제시하는 또 하나의 원인은 벌집 군집붕괴현상(CCD)이다. 꿀과 꽃가루를 채집하러 나간 일벌 무리가 돌아오지 않아서 벌집에 남은 여왕벌과 애벌레가 떼로 죽는 현상을 말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역시나 기후 위기로 피해를 보는 것은 인간뿐이 아니다. 벌이 응애에게 물려 죽어 가고 있다. 기후변화는 어떤 특정 종이나 바이러스의 창궐을 불러일으킨다. 응애가 무슨 죄가 있겠나. 응애 입장에서는 점점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자기들이 살기 좋은 환경으로 변하여 이제 살만한 세상이 온 것뿐이다. 원래 벌집에 기생하면서 사는데 응애 수가 많아지기도 했지만 꿀벌 애벌레의 체력이 몹시 약해진 것도 한 몫했을 것이다.

꿀벌도 날씨 때문에 미칠 노릇일 것이다. 요즈음 한반도는 초겨울이면 느닷없이 이상 고온 현상이 일어난다. 덕분에 난데없이 개나리가 피고 장미꽃이 피어난다. 며칠 후 한파가 몰려와 꽃은 다 진다. 아마도 벌들도 봄으로 착각하여 꿀을 모으러 꽃으로 향했을 것이다. 그러다 겨울임을 알고는 집을 찾지 못하여 허망하게 사라졌을 것이다. 작년 11월에도 그랬다.

꿀벌 개체 수 감소 원인으로 지목된 과밀집된 벌통에 너무 많은 꿀벌이 한 곳에 몰려 살면서 개체 수가 줄었다는 것에 눈길이 간다. 양봉협회는 벌들에게 별도로 설탕물을 사양하며 키우기 때문에 경쟁이 있을 수가 없다고 하며 꿀벌 폐사의 원인을 양봉업체로 돌리지 말라고 주장한다.



여왕벌과 그 주변으로 몰려드는 수벌들 /게티이미지뱅크


마침 TV로 그 뉴스를 보다가 문득 채널을 돌렸는데 ‘일타 스캔들’이라는 드라마가 나왔다. 입시 강사와 반찬가게 아줌마의 로맨스이지만 드라마의 저변에는 한국의 엄청난 입시 경쟁과 학생들의 괴로움이 담겨 있다. 결국 드라마에서는 경쟁이 시기와 살인을 불러일으켰다.

경쟁으로 인하여 벌꿀 개체 수가 줄어든다는 것이 우리 현실과 비슷해 보인다. 우리 한국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인구 감소이다. 인구가 줄어 나라가 망할 것이란다. 우리나라 인구는 2023년 2월 현재 40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2월의 출생아는 2만명이 안 되어 2월 기준 사상 최소치이다. 늙어 가는 대한민국은 곧 동력이 꺼질 것이란다.

젊은 친구들이 결혼을 안 하고 자녀를 낳지 않는다고 타박을 한다. 사실은 젊은 친구들은 결혼도 못 하고 자녀도 못 낳는 상황이다. 살기가 너무 퍽퍽하니 연애도 힘들다고 한다. 지금 20대와 30대는 어린 시절과 청춘을 모두 학원에서 보낸 세대이다. 경쟁에서 이기라고 잠을 재우지 않아 엄청난 스트레스를 몸에 지니고 있는 세대이다.

그들의 모습에서 꿀벌의 모습이 보인다. 과도한 경쟁이 꿀벌들의 개체 수 감소를 불러일으켰듯이 인간들도 경쟁으로 인하여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다. 벌의 생태계나 인간의 생태계나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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